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일본판 삼국지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3/10/09 [13:15]

일본판 삼국지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3/10/09 [13:15]

사람들이 자주 거론하는 것 중 하나나 "삼국지를 적어도 3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도 하지 마라"는 문구 아닐까 싶다. 한국인이라면 아마 한 쯤은 이 말을 했거나 들어봤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화 삼국지를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삼국지가 가정마다 한 권씩은 비치돼 있을 것 같다. 그러다 적당한 시간이 경과하면 재활용물품과 함께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 동묘 헌책방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삼국지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게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지 가르쳐 주는 지침서가 아닐까 싶다. 여러 등장인물의 신의와 배신, 지략과 용인술 등을 본받거나 반면교사 삼으면 많이 도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에 삼국지가 있다면 일본에는 일본판 삼국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 전국시대에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중심으로 한 3대 호걸이 있기 때문이다.

노부나가는 창조성, 개방성, 혁신성이 히데요시는 처세술, 상황 판단력, 임기 응변이 이에야스는 대기만성, 새옹지마의 기질을 갖고 있지 않나 싶다. 일본 전국시대의 난세에서 성공을 맛본 이 세명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의 유명한 어록 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노부나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베어버린다" 히데요시는 "새가 울지 않으면 꾀를 내어 울게 만든다" 이에야스는 "새가 울때까지 기다린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긴 것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일본 전국시대의 난세에서 서로 경쟁자를 물리치고 정점에 올랐던 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노부나가는 혁신성, 개방성, 창조성으로 낡은 것을 타파하고 새로운 혁신을 만들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연구해서 그것을 내 강점으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또 늘 하던 대로의 관습은 철폐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성격이 급하고 과격해서 일부 부하들에게 잔혹하게 대했다. 그래서 천하를 거의 통일할 뻔한 상황에서 아케치 미츠히데라는 부하 장수의 반란으로 인해 자결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불운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히데요시 같은 처세술로 상사로부터 때에 따라서 이쁨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본다. 아울러 빠른 상황 판단력과 임기응변으로 난관을 돌파해 내고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히데요시가 주군인 노부나가가 죽었을 때 재빠르게 회군해서 주군의 복수를 하면서 천하인의 자리에 오른 것은 그의 빠른 상황 판단 능력 때문이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그의 후계자인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5살 때 그가 죽음으로서 이에야스가 틈을 타서 세력을 규합하여 천하인에 오른다.

▲     ©연삼흠

 

히데요시 정권 치하에서 일본이 조선을 침범한 임진왜란(1592년)과 정유재란(1597년)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 민족의 치욕이다. 특이한 사항은 "일본이 외부로 세력을 넓힐 때는 항상 궁핍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에야스처럼 자신의 운에 맞는 때가 오지 않는다면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어떠한 치욕이 오더라도 그것을 감내할 수 있는 강한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이에야스는 어릴 때 볼모로 잡혀가서 눈칫밥을 먹으며 사는 등 위 두 사람보다 인생 초중반이 불행했다. 특히 노부나가가 이에야스 장남이 간첩이라며 죽이라고 하자 자신의 장남을 자결시키는 등 오다 노부나가의 어떤 갑질과 무리한 요구도 전부 수용했다. 일본인의 기질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섬찟하다.

시간이 흘러 히데요시가 죽자 세력을 규합하여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를 죽이고 마침내 천하인이 된다. 이에야스는 외부로 세력을 넓히지 않고 내실화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참고한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책 '대망'에 이들 3명의 성향, 활약상 등이 자세히 기술돼 있음을 참고하면서 이들 세 호걸이 과연 중국의 삼국지에 버금가는 인물인지 -그리고 누가 가장 위대한 인물인지- '대망' 일독을 권하고 싶다.

책과 담쌓고 사는 시대라 하지만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로 홍보되고 있는 이 계절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책에 너무 미안할 것 같다. '개권유익' 사자성어를 참고하면서 시간 내서 교보문고 등 서점 방문을 권유하고 싶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