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노블레스 오블리주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4/02/23 [08:05]

노블레스 오블리주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4/02/23 [08:05]

▲ 송면규     ©

 

어제 오후에 교보문고 책장에서 관심 있는 책을 한 권 꺼내 들었는 데 내용의 대부분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관련으로 구성돼 있는 것 같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하는 것으로, 주일 미사 중에 강론하면서 신부님이 자주 언급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이 용어는 프랑스에서 나온 경구로 "지위와 명성에 합당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 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귀족이면 귀족답게 그 신분과 지위에 합당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을 함유하고 있다고 본다.

이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지위나 부를 가진 사람에게 요구되는 고상하고 관대하며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도덕적 의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응당히 그렇게 행동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의 기준이나 준칙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성숙한 시민문화가 뿌리내린 사회에서 고색창연한 문화유산이나 깨끗한 생활환경에 못지 않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깊이와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1961년 1월 매사추세츠에서 존 F. 케네디는 "언덕 위의 도시"라는 연설을 통해 "많이 받는 사람은 그만큼 더 많이 요구받을 것입니다"라는 말로 지도층의 의무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여 일 후 대통령 취임식에서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으십시오"라는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영예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은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기 원하는지를 알아내서 그에 맞도록 행동하는 데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발언을 사회지도층에 들려주고 싶다.

이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질은 가치관이나 신념이 아니라 책임 또는 책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를 다하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공직에 진출하는 것은 명예나 보상 때문이 아니라, 필요할 때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는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명언을 참고하면서, 사심 없이 봉사하고 미련 없이 떠나는 "공인의 품격"을 보여 주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공직을 명예나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위한 소임을 수행하는 봉사의 자리로 여기기 때문"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일수록 공을 이루고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실패의 책임을 피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공인의 책임은 개인적인 신념이 아니라, 선택과 행위로 부터 초래된 결과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렴과 절제 그리고 관용과 배려가 깃든 개결한 품성의 리더는 자신의 지지자와 맞서는 싸움도 서슴치 않는 용기가 있다.

앞선 사회일수록 국민의 '애국심' 보다는 '책임'을 강조한다고 본다. 특히 국가와 사회를 이끄는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위험에 앞장서고 더 무거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공동체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향유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인의 품격"은 자신의 명예나 이익이 아니라, 대중의 삶을 위하여 사심 없이 봉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엄정함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서울 강남구(구청장, 조성명)의 청렴도 수직 상승이 많이 돋보이는 것 같다.

참고로, 로마시대의 공인의식은 가혹할 정도로 엄정했다고 한다. 전장에서는 앞장서 위험을 감수했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친자식을 처단하기도 했다. 공을 세우고 물러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검약과 절제로 생활하면서 하급 관리에게도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 같은 도덕성이 무너지면서 로마의 쇠망은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공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높은 도덕성과 책임의식"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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