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괴벨스'를 소환하는 대한민국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3/09/19 [06:30]

'괴벨스'를 소환하는 대한민국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3/09/19 [06:30]

지난달 31일에 단식을 시작한 이재명 대표가 건강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호송된 시각에 검찰은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 법리적 측면에서 불가피성이 있다 하더라도 집행과정이 너무 삭막하지 않나 생각된다.

이재명 대표가 병원에 후송된 후 기자들 질문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다"라고 하면서 "앞으로 잡범들도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는 식의 원론적 답변은 마치 "맞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 소리 듣던 유시민 전 장관을 연상케 한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결행했던 단식은 간단명료한 목표가 있었던데 반해 이번 이재명 대표가 내세운 "민주주의 파괴를 막겠다"는 식의 슬로건은 너무 뜬금없는 것 같아서 "사법 리스크 방탄" 외에 이 대표의 속맘을 헤아릴 국민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다.

출구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조건을 내세우면서 시작한 단식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병원으로 실려간 이재명 대표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다. 아울러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인간적으로 많이 안쓰럽다. 권력이 대체 뭐라고~~

요즘 국회는 이재명 단식으로 인해 정기국회 마저 공전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 존재감 부재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고 따져야 한다. 당 대표 간 대화가 어렵다면 원내대표라도 만나야 할텐데 둘 다 힘센 곳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실망스럽다.

▲     ©연삼흠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올 때 마다 이재명 대표가 한결 같이 주장한 단골 메뉴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영장실질심사는 받지 않겠다고 우기는 건 또 무슨 심뽀인지 궁금하다. 이 괴이한 행태를 국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많이 헷갈린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가 병원 이송 후 단식을 중단할까? 필자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본다. 자신이 살 길은 "오직 단식 뿐이다" 생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구속 영창청구 시점까지 계산해서 시작했을 단식을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거기에 당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는 덤까지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머잖아 병원측에서 단식을 강제 중단 시키게 되면 민주당은 정권을 향해 포문을 열고 대규모 집회 등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일환으로 민주당은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링거 단식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있다.

요즘 각종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패널 발언이나 유튜브를 듣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반식자우환"이 판치는 세상이 돼 가는 것 같다. 어설프게 아는 것도 모자라는 것 같은데 고집까지 부리는 패널을 보노라면 부아가 치민다.

어쩌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어 주겠다"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 오래전에 살다간 나치 시대 괴벨스를 소환하는 지경이 됐는지 우리 정치 현실이 많이 안타깝다.

늦가을 정취에 힐링을 해도 부족할 국민을 정치권은 왜 괴롭히는가? 잘잘못은 차치하더라도 이재명 대표의 단식 중단을 다시 한번 권유하며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아울러, 자기 할 말만 하고 귀는 닫아 버리는 그래서 "언어의 극단화, 정치의 양극화" 이런 용어만 난무하는 여의도 정치가 신속하게 복원되길 기대한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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