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정서적인 한국인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3/07/19 [05:55]

정서적인 한국인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3/07/19 [05:55]

90세가 훨씬 넘은 어느 정신과 의사는 "한국인은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것 같다. 그래서 한이 많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자기를 한번 고쳐서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장보다 설득과 함께 하는 삶을 추구하고 싶다"고 한다.

▲     ©송면규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즉흥적인 그리고 감성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실력이 조금 부족한 축구 선수가 한 번에 공중볼을 잡기 어려우면 원바운드 해서 잡듯이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면 좋을텐데 그런 여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송역 부근 궁평 지하차도 참사에 "왜 대통령이 즉시 귀국하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돌아간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라는 취지의 대통령실 설명 또 대통령 부인 명품숍 방문 논란에 즉각 '호객행위'라는 식의 어설픈 답변을 할 게 아니라, 한 발짝 물러서는 정무적 여유가 왜 없는지 안타깝다.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무척 중요한 것인데 정부가 '반박강박증'이 있는지 야당이나 언론에서 비판하면 즉각적으로 반박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조급하게 반박하기 보다 한 탬포 늦게 조금 여유를 갖고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야당이나 언론의 비판에 일단은 공감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도 많이 고민했으며 이런저런 사유가 있었다" 라고 설명하면 상대방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왜, 이런 조그만 성의조차 가질 여유가 없는지 안타깝다.

이번에 대통령이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면서 세계와 자유연대를 하겠다고 공헌한 상태이고, G8에 진입하려는 상황에서 G7 국가 정상들이 전부 참석했고, 조만간 끝날 전쟁에서 우리가 참여할 재건 프로젝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방문 요청까지 있었다.

아울러 국무총리 등 관계자들이 현장에 있었고 IT 강국답게 화상회의로 지휘가 가능했기 때문에 심각한 수해가 아니라면 굳이 중요한 외교 일정을 중단하고 시급하게 귀국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가진자의 여유"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넉넉함의 다른 표현이다. 지금 정부의 야당을 대하는 행태는 마치 논 99마지기 갖고 있는 농부가 가난한 농부한테 도움을 주려하기 보다 1마지기 가진 친구 것을 뺏으려고 안달하는 것 같아 보기 민망하다.

하지만 궁평 지하차도의 참사를 악의적으로 정쟁에 이용하려 한 것 같은 김의겸 의원의 이해하기 힘든 막말은 강하게 비판 받아야 하고 민주당은 김 의원을 신속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제2, 제3의 김의겸이 돌출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그런데, 왜 사사건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있는지 모르겠다. 권력자의 여유를 보여 주길 기대하고 싶다. 대통령실은 법륜 스님처럼 '즉문즉답'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리고 책임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인정도 안 하고 사과도 안 하고 책임도 안 지면서 계속돼 이어지고 있는 게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부의 오래된 못된 관행 같다. 선진 한국을 지향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쳐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병폐를 신속하게 척결했으면 한다. 특히 "모든 걸 반박하고 이겨야 된다"는 사고에서부터 벗어나 좀 더 성숙한 정부의 모습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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