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게만 움직이는 것 같던 시계추가 이제는 빠른 속도로 인생길을 재촉하는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돌아 앉아서 언제 점심 먹냐? 하시던 어른들의 시간 체험이 이제 내 앞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누구한테 뒤질세라 밤새우면서 헉헉대던 시간도, 동료들과 술잔 기울이며 넥타이를 풀던 시간도, 지각할까 지하철역에서 냅다 내달리며 땀 흘리던 시간도 이제 추억의 창고에 저장돼 소환날짜 기다리며 낮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걸 가져보겠다며 두 손 꽉 움켜쥐고 포효하면서 세상에 얼굴을 내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0 고개에 들어서고 있는 인생역정을 되뇌이며 색소폰 음률에 서유석의 '가는 세월'을 흘려본다. 삶은 과연 늙어가는 걸까? 아니면 어느 가수의 노래가사처럼 익어가는 걸까? 불현듯 우리네 인간의 삶이 참으로 복잡 미묘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삶이란 육체일까? 아니면 정신일까? 그리고 삶은 영혼일까? 기억일까? 혹시 삶이 다른 존재들과는 어떤 관계일까?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삶은 계란이다" 읊조리면서 한방에 정리해 버린 김형곤 씨가 문득 생각난다.
어느 철학자는 주장한다. "인생이 항상 평화롭기만 하고 특별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죽은 인생이다. 삶은 결과로써의 삶이 아니라 그 자체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라고.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삶은 소풍이다" 하면서 갈때 쉬고, 올때 쉬고, 또 중간에 틈 나는대로 쉬라며 일갈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생을 바쁘게 살지 말라고 주문한다. 장자는 "우리는 세상에 일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또 성공하려고 온 것도 아니다" 말한다. 그런 것은 다 부차적이고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는데 장자의 심오한 의미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면서 아침에 소몰고 농사 지으러 밭에 나가듯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라고 노 스님이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라며 껄껄 웃는다.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면서 연등행렬이 종로거리를 환히 밝히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일탈해 인생철학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삶은 수단일까? 아니면 목적일까?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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