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광장 정치" 문제없는 걸까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3/04/13 [07:56]

'광장 정치" 문제없는 걸까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3/04/13 [07:56]

시대가 하 수상해서인지 교회, 사찰 등 성소에서 수행 정진해야 할 종교인들이 광장에서 마이크 잡고 쇳소리 내며 정치인 흉내를 내면서 '우후죽순' 처럼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임진왜란 등 국가 위기 때 "수도승이라고 해서 외면할 수 없다"라며 절간을 뛰쳐나와 국난 극복을 위해 희생하셨던 스님들의 고귀함을 역사를 통해 공부하면서 그 분들에 대한 존경심과 애국심을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절박한 상황이 아님에도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종파에 관계없이 여러 종교인들이 마치 선지자 흉내라도 내는 것 같은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헷갈린다.

이제는 "교회가 '소도' 역할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하고 쇠락한 것 같다"는 비판을 받을 지경임에도 자성하고 본분에 충실하기보다 정치에 기웃거리며 참견한다는 건 다소 과한 것 아닌가 싶다. 특히 거친 발언과 지나친 독설은 과연 그들이 성직자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성경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하며 "목사가 욕을 해도 괜찮다"고 하는 어떤 목사를 보면서 문득 독일의 선동가 괴벨스가 연상된다. 이런 식의 자기 합리화 기술이 시공간을 뛰어 넘어 계속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교회에서 진중하게 기도하고 사목해야 할 신부, 목사가 또 법당에서 설법하며 정진해야 할 스님이 왜 진영 논리에 갇혀 광장에서 독설을 구사하고 핏대를 올리는 걸까? 이것을 '혹세무민'이라고 평한다면 지나친 걸까?

국민의힘 어떤 최고위원이 "전00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하셨다"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지경에 이른 현실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 건지 많이 씁쓸하다.

방송인 주00씨 말에 의하면 자신이 전00 목사와 대화 중에 현직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목사님! 이렇게 하겠습니다~~"했다는 걸 들으면서 뭔가 크게 잘못돼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지금이 재정일치 사회도 아닌데 누가 볼까 무섭다.

얼마나 제도권 정치가 무능하다고 판단했으면 종교 울타리를 넘었을까 일응 이해되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교정을 뛰쳐나와 민주화 투쟁하며 독재와 맞서던 시대가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선현들이 일찍이 "정치는 시대를 투과하며 언제나 썩었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변함없을 것 같다"라고 일갈했던 걸 참고한다면 굳이 종교인들까지 광장에 나와 핏대 올릴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삼각지 거리에서 마이크 잡고 또 사제복 입고 듣기 거북한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서로 반대 진영 정치 지도자들을 악인으로 단정하고 팬덤에 갇힌 사람들 흉내 내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반추 해보길 권하고 싶다.

특히 주말이면 연례행사처럼 광화문과 삼각지 거리를 무대삼아 목소리 높이고 행진하는 그들로 인한 심한 교통체증과 고성으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기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거리를 배회하는 걸까? 자신들 주장으로 세상이 변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관종 끼의 일환 일까?

차라리 성직이라는 거추장스런 옷을 벗어던지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면 어떨까? 그들은 왜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며 핏대를 올리는 걸까? 여러 복잡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요즘처럼 사회가 어수선하고 국론 분열이 심할 때 품격있게 조언할 수 있는 종교 지도자는 보이지 않고 정치꾼 행세하는 무리들만 우글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 조용히 자기 영역으로 돌아가길 권유해 본다.

그러기위한 첫째 조건은 "제도권 정치의 정상화"이다. 제도권 정치가 무능하면 언제나 광장(군중) 정치가 횡행했다는 걸 역사는 가르쳐 주고 있다. 따라서 여야 모두 정치 본연에 충실하길 기대해 본다.

국민이 종교를 걱정하는 걸 넘어 이제 정치까지 걱정해야 하는 사회! 비정상적이지 않은가. 고물가에 헉헉거리며 하루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국민이 미소라도 지을 수 있게 해 주길 기대한다.

▲     ©송면규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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