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탄소중립과 불필요한 심야 소등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3/03/21 [08:23]

탄소중립과 불필요한 심야 소등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3/03/21 [08:23]

야간에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의외로 상당히 많은 가게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가게 홍보 효과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UN의 탄소제로 정책에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싶다.

어떤 가게는 일정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소등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점포가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심야 시간에도 계속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오늘 아침 뉴스에 "80년 후 기온이 4.4도 높아진다" 하면서 "이제 파리기후협약은 실현 불가능하다" 보도하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면 가뭄이 곳곳에서 지속되고 가뭄으로 인해 농부들은 농토와 거주지를 잃고 기후변화로 사망자 수는 30만 명에 달하고 희귀 동식물이 멸종하게 되고 10%의 육상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만일 4도 상승하게 되면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30~50% 감소하고 해안 지역에서 연 3억 명이 침수 피해를 입게 된다. 아프리카 농산물의 15~35% 생산이 감소되고 지중해는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을 겪게 되며, 러시아와 동유럽에는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게 된다. 상상하는 것 조차 끔찍하다. 지구는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MB 정권 때 학교 행정팀에서 무더운 여름 한낮에 "에어컨 실외기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하던 얘기가 떠오른다. "4대 강에 돈 퍼붓고 엠 한 사람들 고생시킨다" 볼멘소리 하던 동료 교수의 쇳소리가 아직 귀에 쟁쟁하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국민들은 벌써부터 전전긍긍이다. 정부에서는 탈원전 때문이니 어쩌니 하지만 어쨋든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 아닌가 싶다.

전기요금 인상이 확정적으로 가고 있어서인지 서민들은 전기요금 절감방법 등 여러 대안을 찾고 있는 것 같다. 한전 적자폭을 메우려면 당분간 계속 인상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은 우리는 슬프게 한다.

그래서 MB 때처럼 "퇴근시간에 맞춰 가게 소등 정책을 일정기간 만이라도 시행해보면 어떨까" 생각까지 든다. UN에서 기후에너지 위기라며 탄소제로 정책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적극 호응한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2013년에 서울시의 불필요한 조명 소등 캠페인에 무려 5,065개 업소가 불필요한 간판 및 실외 조명을 소등하는 등 적극 참여한 경험이 있다. 불과 2개월 만에 연간으로 환산해서 총 680만 kwh를 절약했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주간에는 용산구가, 심야에는 도봉구가 소등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업종별로는 주간에는 오피스텔과 주상복합건물이, 심야에는 가구점과 인테리어점에서 소등에 적극 동참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말로만 UN의 탄소저감 정책에 적극 대응한다고 하지 말고 전기 생산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전기를 절감할 수 있는 소등 정책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일환으로 시민사회단체인 "한국ESG운동본부"에서 "경기대 탄소중립협력단"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게 심야 소등 운동"이 상당히 고무적이라 생각되며 많은 국민이 관심 갖고 적극 참여해 주길 기대해 본다.

▲     ©송면규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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