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이준석 전 대표, 기자회견을 보고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2/08/15 [09:00]

이준석 전 대표, 기자회견을 보고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2/08/15 [09:00]

지난 토요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자신의 속내를 표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들과의 문답시간을 길게 한 것으로 볼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쏟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전 대표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을 불태워 버려야 한다"면서 향후에도 자신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본 -비판적 시각의- 많은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을 간추리면 "애 늙은이 모습 지양하고, 이제 조금 더 성숙하고 조금 더 내공을 쌓으라" 아니었나 싶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나름 억울하고 답답함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거리낌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젊은이다운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원점이자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대전에서의 불편한 문제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왜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지 많이 궁금하다. 이런 모습이 자기 허물은 함구하면서 남 탓으로 피해자 행세하는 듯한 정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까 싶다.

문득 얼마 전에 "사람이 귀가 두개, 입이 한 개" 의미를 담아 강조했던 "경청의 소중함"을 다시 소환해서 이준석 전 대표에게 전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특히 따뜻함과 배려가 생략된 언어는 설사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하건 듣는이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이 전 대표가 간과한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 "맞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 비판 받던 어느 정치인이 연상된다.

어떤 것이든 상대방이 있는 사안은 상세하게 분석하면 반드시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게 세상 이치이다. 그래서 "일방의 주장이 절대 선이 아니라는 걸 전제하고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선현들이 가르침을 주지 않았나 싶다.

"구박한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한 사람은 평생을 두고 가슴에 못이 박힌다"는 속담이 있다. 오래전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를 "당 대표직에서 내 쫒겠다"며 당시 이준석 씨가 손 전 대표를 향해 모질게 내뱉었던 독설이 오죽하면 다시 소환될까 싶다. 이런 걸 두고 '간교한 업보'라고 하면 지나친 걸까.

이준석 전 대표가 지금 취할 언행은 자기가 몸 담고 있는 당과 대통령을 향해 독기를 품을 게 아니라 자신의 정치 역정을 되돌아보면서 반추하는 시간을 갖는 것 아닐까 싶다. 네 탓하는 걸 멈추고 자기반성을 먼저 하는 성숙된 젊은이를 기대해 본다.

소위 윤핵관(윤핵관 호소인)이라 지칭하면서 다른 의원들을 향해 "험지 출마를 약속하라"는 잠꼬대 같은 뜬금없는 주장에 공감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 이 전 대표에게 되묻고 싶다.

특히 지금 윤 대통령 임기는 말년이 아니라 시작한지 불과 3개월밖에 안됐다는 냉엄한 현실을 이 전 대표는 직시해야 한다. "힘 없는 사람 주장은 단지 자기 의견 피력에 불과하다" 일갈했던 김동길 박사 발언을 참고했으면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내뱉고 나면 후련할 것 같고 또 상대를 굴복시켜 이긴 것 같지만 결국 남는 건 후회 뿐이더라" 하시던 고승의 법문을 전하며 이 전 대표가 방송 등에 출연해 주장 내세우기보다 일정기간 묵언하는 시간 가져보길 권유한다.

아울러 "다른 이에게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면 습관화되고, 그것은 결국 자기 발전을 가로막는 높은 둔턱이 된다"라고 공자께서 강조하셨던 평범한 진리를 이 전 대표에게 전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대표직 완장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기보다 대통령을 향해 과격하게 공격하는 걸 보면서 혹시 김무성, 박지원 등 큰 손들에 의한 원심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추정해 본다. 문득 그들의 숨은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이제 윤 대통령은 신속하게 결단해야 한다. 이준석을 전격 포용할 것인가? 아니면 결별할 것인가? 자칫 "우물쭈물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 했던 '버나드 쇼' 주장이 현실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     ©송면규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